보도자료

카메라가 벽 뒤에 있는 물건을 찍는다?

[2019.09] 정민기 동문

레이저를 벽에 대고 쏘면 빛이 물체에 부딪혀 반사하여 이미지로 재구성

관리자 | 2019.09.18 16:04 | 조회 855


눈앞에 없는 걸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가려진 벽 너머를 보거나, 모퉁이 뒤편을 보려는 사람들. 영화 속 초능력자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 속 과학자들 이야기다. 201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가림막 뒤로 목각 인형을 숨겨두고, 카메라를 사용해 실루엣을 그럴싸하게 포착하는 데 성공한다. 황당하게도 카메라는 아무것도 없는 벽을 바라보고 있었고, 목각 인형은 카메라 시야각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마술 같은 일이었다.


잠깐 상식부터 되짚어 보자. 일상에서 벽 너머를 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빛의 직진하려는 성질 때문이다. 빛이 길을 에둘러 다닐 줄 안다면 가림막 뒤편을 보지 못할 이유도 없다. 물론 거울을 이용하면 빛의 진행 방향을 바꿀 수 있고, 길모퉁이 반대편을 볼 수도 있다. 사실 거울이 아닌 평범한 벽도 어느 정도 빛을 반사한다. 하지만 거울처럼 매끈하지 않기 때문에 반사된 빛은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각각의 빛 알갱이가 안고 온 물체의 생김새와 색깔에 대한 정보는 그렇게 공간 전체로 사라져버린다. 거울로 둘러싸인 세상이라면 지나치게 많은 정보에 시달릴 텐데, 적절한 정보의 소멸 덕에 평온한 일상도 가능한 것일지 모른다.


앞서 언급한 MIT 연구는 바로 사라지는 정보를 복원함으로써 가능했다. 우선 벽 앞에 카메라와 물체를 적당한 거리로 떨어트려 놓고, 둘 사이에는 가림막을 세워 둔다. 물론 카메라는 벽을 바라보게 해서 물체를 직접 찍을 수 없도록 한다. 이제 카메라 옆으로 레이저를 가져와서 벽에 대고 쏜다. 벽에서 산란된 레이저 빛의 일부는 물체로 향하고, 물체에서 튕긴 후 다시 벽으로, 그리고 다시 카메라 쪽으로 튕겨 돌아오게 된다.

이 실험의 열쇠는 특별한 레이저와 카메라에 있다. 이들이 사용한 레이저는 극도로 짧은 시간 동안 빛을 끊어 낼 수 있다. 겨우 수십조 분의 1초 동안만 레이저가 번쩍이게 말이다. 같은 시간 레이저 장치를 출발한 빛 알갱이들은 벽과 물체를 거쳐 되돌아오기까지, 각자가 움직인 경로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간에 카메라에 도착하게 된다. 목각 인형의 머리에 부딪힌 빛 알갱이와 다리에 부딪힌 빛 알갱이는 서로 다른 거리를 여행한 만큼 다른 시간에 돌아온다는 것이다. 시간에 공간 정보가 새겨진 셈이다. 이에 발맞춰 카메라는 수천억 분의 1초 단위로 빛 알갱이의 도착을 기록할 수 있는 성능을 가졌다. 취합된 시공간 이미지 정보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거쳐 실제 이미지로 재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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